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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판례] 지주택 자격 상실 위약금, 작성자 불이익 원칙(2025다213488)

임현진 변호사 2026. 6. 22. 10:30

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섬돌 대표 임현진 변호사입니다.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 등 대량으로 체결되는 계약에서는 사업자가 미리 마련한 약관이 사용됩니다.

 

약관의 문언이 모호하여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원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지난 4. 30. 대법원이 따끈한 판결(2025다213488 판결)을 내놓아 소개하고자 합니다.

 

해당 판결은 약관 해석에 따른 원칙뿐 아니라,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있는 경우에도 항변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다루고 있어

여러모로 참고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1. 사실관계 및 쟁점

 

甲 지역주택조합과 조합원 乙 등(이하 '乙')이 체결한 가입계약서에는 이런 규정이 있었습니다.

 

"조합원 자격상실시, 기납입 분담금 중 분담금 총약정금의 10%를 위약금으로 공제하고 환불한다"

 

 

당시  조합은 조합설립인가일로부터 3년이 지났지만 사업계획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던 중이었으며,

계약금 일부를 납부한 상태에서 나머지 미납분의 이행기가 도래하기 전에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였습니다.

 

추후 조합원이 공급받을 아파트는 층수에 따라 분담금 총액이 달랐는데,

분담금 총액이 가장 높은 층은 기준층, 가장 낮은 층은 1층이었으며,

층수와 관계없이 분담금 중 계약금, 중도금 액수는 동일하고, 잔금만 달리 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甲 조합이 乙을 상대로 위약금을 청구한 사건이며,

해당 가입계약서에서 정하고 있는 위약금인 '분담금 총약정금의 10%'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가 

사건의 쟁점이었는데요,

 


나중에 이해하기 편하게 숫자로 예시를 들어 대입해 보겠습니다.

 

1층 아파트의 분담금은

계약금 1억(1차계약금 4천, 2차계약금 3천, 3차계약금 3천), 중도금 1억, 잔금 3억, 합계 5억 원이고,

 

기준층 아파트의 분담금은

계약금 1억 (1차계약금 4천, 2차계약금 3천, 3차계약금 3천), 중도금 1억, 잔금 5억, 합계 7억 원이며,

 

乙은 2차계약금 합계 7천만 원까지 납부한 상태에서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였다고 해보지요.


 

이 경우 가능한 경우의 수는 대략 이렇게 되겠지요.

 

① 甲조합은 조합설립인가일로부터 3년이 지난 때까지 사업계획승인을 못 받고 있었다. 

     사업 지연 책임이 심각하므로, 조합원에게 책임 물을 수 없다. 위약금 면제되어야 한다(=위약금 0원).

 

당시까지 냈어야 하는 분담금, 즉 이행기가 도래한 분담금의 10%를 공제해야 한다.

    (=위약금 700만 원) =(1차계약금 4천 + 2차계약금 3천)*10%

 

③ 내기로 한 분담금 전체의 10%, 다만 1층 분담금을 기준으로 10%를 공제해야 한다.

   (=위약금 5천만 원) =1층 아파트 분담금 5억 원*10%

 

④ 내기로 한 분담금 전체의 10%, 기준층 분담금을 기준으로 10%를 공제해야 한다.

   (=위약금 7천만 원) =기준층 아파트 분담금 7억 원*10% 

 

 

 

2. 판단 1 : 위약금 채무가 면제되어야 하는가

 

쟁점 : 甲조합이 조합설립인가일로부터 3년이 지난 때까지 사업계획승인을 못 받고 있으므로
사업이 지나치게 지연되고 있다. 이에 乙의 위약금 책임이 면제되어야 하는가?

 

 

위약금 조항은 민법 제398조의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취급됩니다. 

 

그리고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있는 경우에도

채무자는 귀책사유가 없었음을 주장, 증명함으로써 지급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권자채무불이행사실만 증명하면 손해의 발생 및 그 액을 증명하지 아니하고 예정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고, 채무자는 채권자와 사이에 채무불이행에 있어 채무자의 귀책사유를 묻지 아니한다는 약정을 하지 아니한 이상 자신의 귀책사유가 없음을 주장 · 증명함으로써 예정배상액의 지급책임을 면할 수 있다(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6다9408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따라 乙은 

"甲조합이 조합설립인가일로부터 3년이 자난 때까지 사업계획승인을 못 받고 있다. 사업이 예상 가능한 기간을 넘어 지나치게 장기화되고 있다. 따라서 조합원 자격을 탈퇴한 것은 사업 지연에 따른 것이므로 나에게는 책임이 없다."라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① 지주택 사업 특성상 진행이 다소 지연되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범주이고,

② 위험과 결과는 조합원이 분담해야 하므로 사업 지연만을 이유로 계약의 구속력에서 쉽게 벗어나선 안 되며, 

③ 이를 이유로 위약금을 무조건 면제해 준다면 무분별한 조합원 이탈로 사업 자체가 무산되어 남은 성실한 조합원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가므로,

조합원의 귀책사유를 부정하여 위약금을 면제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피고 3 등에 대하여 위약금 면제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 변수가 많음에 따라 최초 사업계획이 변경되거나 당초 예정했던 사업의 진행이 지연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할 수 있음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3다75892 판결 등 참조). (...)
나) (...) 위 사업은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달리 그 사업이 무산될 우려가 있다는 사정은 드러나지 않는다. 지역주택조합은 비법인사단으로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위험과 결과는 지역주택조합의 구성원인 모든 조합원이 부담하여야 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비록 사업이 다소 지연되었다는 이유로 계약의 구속력으로부터 쉽게 벗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마) 원심의 판단대로라면, (...) 조합원의 이탈과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실패를 유발 또는 심화시킬 우려가 있고, 그로 인한 피해는 위 사업 진행을 원하는 나머지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3. 판단 2 : 위약금은 얼마를 줘야 하는가?

 

① 약관이란?

 

은행 어플에서도 늘 보이는 상품 약관, 보험 계약 시에도 보험 약관,

약관이라는 용어를 많이들 들어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법적으로 '약관'이란 뭘 말할까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에서는 약관이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에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이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통상의 계약에서는 계약 내용을 양 당사자가 수정하고 조율하여 계약이 체결되는 반면,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과 계약을 체결하고자 약관을 마련한 경우

상대방은 한쪽 당사자가 정해놓은 약관에 그대로 날인하여 계약을 체결하여야 할 뿐,

그 약관에 대한 수정이나 조율을 요구할 수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약관을 작성한 자에 대하여는 위 약관규제법에 따라 여러 의무가 부여되고,

더불어 약관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여러 원칙이 적용되는데,

법원은 甲 조합과 乙 간의 가입계약서 또한 

甲 조합이 여러 명의 조합원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미리 마련한 약관이라는 점에 기초하여 판단합니다.

 

 

②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

 

대법원은 약관 조항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되었음에도 해당 약관의 뜻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른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이라 부릅니다.

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해당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여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되, 개별 계약 당사자가 의도한 목적이나 의사를 참작하지 않고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 · 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그리고 특정 약관 조항을 그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여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약관 조항의 문언이 갖는 의미뿐만 아니라 그 약관 조항이 전체적인 논리적 맥락 속에서 갖는 의미도 고려해야 한다. 위와 같은 해석을 거친 후에도 약관 조항이 객관적으로 다의적으로 해석되고 각각의 해석이 합리성이 있는 등 해당 약관의 뜻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1. 25. 선고 2023다283913 판결 등 참조).

 

 

③ 대법원 판단 : '분담금 총 약정금'의 10%가 얼마인가

 

위약금으로 정하고 있는 '분담금 총약정금'의 10%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에 관하여 대법원은,

약관의 뜻이 명확한 부분 vs 약관의 뜻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나누어 판단하였습니다.

 

 

이행기 도래한 금액으로 볼 것인가 vs 내기로 한 분담금 전체로 볼 것인가

 

먼저 '분담금 총 약정금'이라는 문언은 

ⓐ 조합계약에도 아파트 층수에 따른 '분담금 총액'을 특정하고 있어 이것이 '분담금 총 약정금'에 해당한다고 고객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고,

ⓑ 위약금 약정은 무분별한 이탈을 방지하기 위함이므로 채무자에게 경고를 줄 정도여야 하므로,

지나치게 좁게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이행기가 도래한 분담금이 아니라 내기로 한 분담금 전체라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아마도 이는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에 비추어 볼 때, 약관의 조항이 명확한 부분이라고 판단한 듯합니다.

 

상세하게는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2)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환불규정 중 '조합원 분담금 총 약정금'은 분담금 총액이 가장 적은 1층의 분담금 총액이라고 판단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이 사건 환불규정 중 '조합원분담금 총 약정금'에서 총 약정금문언상 약정을 통하여 정한 금액 전체로 해석되고, 이는 이행기 도래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
나)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에서는 아파트의 층수(기준층, 3층, 2층, 1층)에 따라 분담금 총액을 각각 특정하였으므로,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분담금 총액이 위와 같은 4가지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다)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고(민법 제398조 제4항), (...)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채무자가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두는 것으로서, 손해의 발생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증명곤란을 배제하고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여 법률관계를 간이하게 해결함과 함께 채무자에게 심리적으로 경고를 함으로써 채무이행을 확보하려는 데에 그 기능이나 목적이 있다(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2다22761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채권자의 실제 손해액 또는 예상 손해액에 미치지 못하거나 채무자에게 심리적으로 경고를 주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적은 액수를 손해배상의 예정액이라고 해석하면, 이 사건 환불규정에서 위약금을 정한 목적과 취지에 어긋나게 된다.

 

 

 

㉯ 1층 분담금으로 볼 것인가 vs 기준층 분담금으로 볼 것인가

 

다만 '내기로 한 분담금 전체'를 '분담금 총약정'이라고 보는 경우에도,

1층 분담금(1항에서 든 예시 : 5억 원)과 기준층 분담금(1항에서 든 예시 : 7억 원)이 다르므로,

뭘 기준으로 위약금을 산정할 것인지의 문제가 남는데요.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1층 분담금을 기준으로 위약금을 산정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생각건대 이는 아마도 약관의 정함이 명확하지 않으므로,

그러한 경우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 즉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적용하여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인 판시는 아래와 같습니다.

조합원이 공급받을 아파트의 동 · 호수는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이후 공개추첨으로 결정하므로, 동 · 호수 배정 이전에는 향후 특정한 액수의 약정금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있는 금액, 즉 1층의 분담금 총액 이상 기준층의 분담금 총액 이하라는 점이 결정된다. 동 · 호수 배정 이전 단계에서 조합원은 장래 공개추첨에 따라 1층, 2층, 3층 및 기준층을 배정 받을 가능성이 열려 있는 점, 조합원의 분담금 총액이 1층의 분담금 총액보다 낮아질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동 · 호수 배정 이전에 위약금 지급 사유가 발생한 경우 고객인 조합원에게 유리하게 분담금 총액이 가장 적은 1층의 분담금 총액을 기준으로 위약금을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번 판결은

지주택 사업 지연이라는 사정만으로 조합원의 위약금 채무가 무조건 면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한편,

약관의 모호한 부분에 대하여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을 적용한 사례에 해당합니다.

 

지금 법적 다툼에 직면해 계신다면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내 권리를 지키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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