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섬돌 대표 임현진 변호사입니다.

지난 글들에서는 법정 앞에 도착한 순간부터, 법정에서 어떻게 하여야 할지에 관하여 적어보았습니다.
아래 링크를 걸어두었으니, 필요하신 분은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민사소송 재판 출석 가이드 1] 법정 대기, 그리고 법정 입장부터 원고, 피고석 위치까지
[민사소송 재판 출석 가이드 2] 실제 진행은 어떻게 되나, 그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법정은 우리나라 말로 소통하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방문하는 이들에게는 마치 외국에 온 것 같은 낯선 경험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왜냐, 판사님 또는 변호사들이 툭 던지는 축약된 법률 용어들 때문인데요.
이 용어들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면 재판의 흐름을 놓칠 수도,
그 이후로 긴장되어 열심히 준비했던 말이나 증거신청을 놓칠 수도 있겠지요.
오늘은 법정에서 빈번하게 사용되지만,
저 역시도 초보 변호사 시절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여 당황하였던 법정 용어를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1. 기일을 추정하다
초보시절, 이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보통 '추정'이라고 하면 불확실하지만 대략 결론 내릴 때 많이 사용하잖아요.
"나는 그 사람이 범인이라고 추정해" 처럼요.
"그런데 기일을 추정한다? 기일은 날짜 아닌가? 그걸 왜 추정을 하지?
추적을 잘못 들었나? 그렇다고 해도 기일을 왜 추적하지?" 하고요. ^^;;
다행히(?) 법정에서 먼저 듣지 않고, 선배 변호사님들끼리 하는 이야기 속에서 들은 터라
법정에서 당황하기 전에 그 뜻을 먼저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① 그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음 재판 날짜를 지금 정하지 않고 '추'후에 지'정'하겠다는 뜻이에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한자어 '추정(推定)'이 아니라 '추후 지정'의 줄임말입니다.
② 그렇다면 언제 이렇게 기일을 추정하느냐.
재판부도 날짜를 확정하고 싶지만, 외부적인 변수 때문에 언제 다시 재판이 가능할지 가늠이 안 될 때 사용합니다.
- 증거 확보에 시간이 필요할 때 : 시가 감정, 신체 감정, 필적 감정 등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절차가 진행 중일 때
- 관련 사건을 봐야 할 때 : 이 재판의 결론을 내리기 위해 다른 형사 재판이나 행정 재판의 결과가 먼저 나와야 하는 경우
- 재판부 인사이동: 판사님이 바뀌는 정기 인사이동 철, 새 재판부가 기록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여 추정해 두기도 합니다.
③ 기일이 추정되었으면 어떻게 할까요.
기일이 추정된 경우, 향후 대처는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추정 사유가 해소되었다면(예: 감정서 도착, 관련 판결 확정),
그런데 빠른 재판을 원하신다면 기일지정신청서를 제출하시어 재판 진행을 촉구할 수 있습니다.
기일지정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에도, 재판부가 기일을 잡아주시기도 합니다.
2. 기일을 속행하다
① 그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재판을 끝내지 않고 계'속'해서 진'행'한다는 의미입니다.
② 그렇다면 언제 기일을 속행하느냐
당사자 입장에서는 내가 아직 준비한 카드를 다 꺼내지 못했다면,
재판부 입장에서는 내가 판결문을 쓰기에는 당사자의 주장이나 증거가 정리되지 않았다면,
속행을 구하거나, 속행합니다.
즉 당사자의 경우,
ⓐ 상대방 주장에 새로운 것이 있어 반박하여야 하거나,
ⓑ 내 청구취지나 청구원인 중 정리가 필요한 부분이 있거나,
ⓒ 새로운 증거신청을 하거나 증거확보 중이어서 시간이 더 필요하거나,
ⓓ 아무튼 뭔가 더 할 것이 남았을 때
등에 이러한 이유를 대며 재판부에 "이런이런 사유가 있으므로 속행을 구합니다."라고 합니다.
재판부의 경우,
ⓐ 원고 주장이나 청구취지가 아직 명확하게 정리가 안 되었을 때,
ⓑ 피고 반박이 명확하게 정리가 안 되었을 때,
ⓒ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들에 대한 회신이 덜 왔고 볼 필요성이 있을 때,
ⓓ 아무튼 아직 판결문을 작성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도 많을 때
등에 당사자에게 보강을 요구하며 "속행하겠다."라고 합니다.
3. 결심합니다
마찬가지로 굳은 결심! 이 떠오르셨다면, 오답입니다.
① 그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심'리를 종'결'한다는 뜻입니다.
즉, 더 이상 새로운 주장과 증거는 받지 않고 판결을 내리기 위한 시간으로 들어가겠다는 뜻입니다.
② 결심되었다면?
통상 4주~8주 뒤로 선고기일이 잡힙니다.
선고기일에는 양측은 변론할 수 없고, 판사님이 판결의 주문(누가 이겼는지)을 낭독하시고 끝납니다.
※ 주의사항 : 결심된 순간, 이제 '새로운' 주장이나 증거를 제출할 수 없습니다!
(다만 기존 주장을 보강하는 선이라면 참고서면 형식으로 가능합니다)
뒤늦게 증거를 제출한다고 하더라도 판결문에 반영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만약 아주 중요한 증거를 뒤늦게 발견했다면 변론재개신청을 해야 하는데,
이는 재판부가 허가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기 때문에 결심되기 전,
반드시 나의 주장이 다 되었는지, 할 수 있는 입증이 다 되었는지 한번 더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4. 소정 외에서 하다
① 그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해진 바 외'에서라는 의미로, 소송 정해진 시간 외(법정 밖)에서 하라는 의미입니다.
② 실 사용례
재판 시간이 짧다 보니 일종의 재판의 효율성을 위한 단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만일 판사님이 "그건 소정 외에서 하세요."라고 하였다면, 이건 다음과 같은 뜻입니다.
- 지금 말로 길게 설명하지 마시고, 준비서면으로 정리해서 제출하세요.
- 증거신청은 전자소송 시스템을 통해 서류로 접수하세요.
- 합의 의사가 있다면 법정 밖 복도에서 변호사/당사자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합의된 안을 가져오세요.
법정 용어는 언뜻 권위적이고 딱딱해 보이지만,
사실은 짧은 시간 내에 복잡한 절차를 명확하게 규정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용어라 할 것입니다.
제가 초보시절 당황하였던, 어리둥절하였던 용어들 위주로 정리하였습니다.
부디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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