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섬돌 대표 임현진 변호사입니다.

제가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운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과 배우님들이 대거 등장하여,
행복한 마음으로, 그런데 알알한 마음으로 보고 있습니다.
남자주인공은 네가 원하는 게 뭐야 하고 다그치는 형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불안하지 않은 거, 그냥 불안하지만 않으면 돼 난
상담실에 들어오시는 의뢰인들의 표정에도 수만 가지 생각이 교차합니다.
억울함, 분노, 좌절감, 그리고 무엇보다 불안함이요.
14년 동안 수천 명의 의뢰인을 만나 뵈며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사건의 내용은 제각각이지만, 상담실에 앉아 저를 바라보시는 그 간절한 눈빛 뒤의 질문은 늘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그 불안함에서 비롯된 가장 많은 받는 질문 3가지에 대해 변호사로서 가장 솔직한 답을 드려보려 합니다.
다만 먼저 스포하자면,
글을 다 읽으신 뒤에도 말끔히 해소되는 건 없으실 겁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적는 까닭은, 사실과 다른 달콤한 말을 듣고 무작정 신뢰하지 마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1. "승소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가장 많이 들지만, 가장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확답하는 변호사가 있다면, 주의 깊게 살펴보세요.
① 세상에 '똑같은 사건'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겉보기엔 기존 판례와 판박이처럼 보이는 사건이라도, 실제 들여다보면 결정적인 디테일이 다른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리고 아주 미세한 사실관계의 차이로도 결과가 완전히 뒤집힐 수 있습니다.
② 사실관계는 예단할 수 없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증거가 튀어나오거나, 믿었던 사실이 다르게 밝혀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③ 판단 또한 '사람'이 합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법관마다 법리 해석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대법원이 존재하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대법원 판례가 변경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법은 고정된 공식이 아닙니다.
④ 다만, 승소 확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은 변호사'라 생각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건 중·후반부에도 결과를 100% 장담하기 힘듭니다.
따라서 정직한 변호사라면 승소 확률을 장담하기보다,
현재의 불리한 점을 어떻게 보완하고 유리한 정황을 어떻게 부각해 확률을 1%라도 더 끌어올릴지를 고민합니다.
2. "소송하면 기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6개월이면 되겠죠?"라고 물으시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그러나,
정말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6개월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민사소송이 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한지, 그 단계별 과정을 살펴보면요,
① 소장 송달(최소 일주일~수개월)
피고가 고의로 수령을 회피하면 주소보정, 공시송달 등을 거쳐야 합니다.
② 답변서 제출(최소 1개월~수개월)
피고는 소장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강제 규정이 아니기에, 피고가 다소 시간을 끌더라도 기다리곤 합니다.
③ 변론기일(수개월~1년 이상)
소장을 낸 날로부터 첫 번째 재판(변론기일)이 열리기까지, 짧으면 2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 넘게 걸리기도 합니다.
재판이 열린 후에도 한 번에 끝나면 좋겠지만, 다툼이 치열하면 여러 차례 기일이 잡힙니다.
변론 진행에만 다시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의 시간이 추가됩니다.
④ 선고기일, 2심, 3심
모든 변론 후 판결까지 최소 4주, 길면 8주 이상 걸립니다.
여기서 불복하여 2심, 3심으로 넘어가면 과정은 다시 반복됩니다.
3. "재판에 저도 꼭 나가야 하나요?"
법정이라는 낯선 공간에 서는 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인 분들이 많습니다.
형사소송의 경우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하여야만 하지만,
민사/가사/행정소송의 경우 당사자 대신 대리인만 출석하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게 불리하게 작용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당사자가 법정에서 감정이 격해져 불필요한 말을 하는 것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다만 가능성 있는 조정기일 등에는 당사자와 함께 출석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하여 제가 내린 결론은,
도움이 필요한 순간엔 제가 부탁드리겠으나, 그게 아니라면 생업에 집중하셔도 됩니다.
불안감에서 비롯된 세 가지 질문에 대한 저의 답변,
역시나 불안감을 해소시킬 수 있는 류의 답변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려움에 있으실 때 그 불안한 길을 성실하게 동행할 변호사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 해당 게시글은 임현진 변호사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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